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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린 클링켄보그 «짧게 잘 쓰는 법», 글쓰기의 즐거움 되찾기

by 한낮의꿈 2022.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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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잘 쓰는 법 : 짧은 문장으로 익히는 글쓰기의 기본 / 벌린 클링켄보그 지음 / 교육서가 (2012)

리듬감에 집중하기: 쓴다는 것에 대해 되돌아보기

글을 쓰다 보면 어느 때인가부터 나도 모르게 창작의 고통을 느끼게 되고, 결국 어떤 글을 쓰든 마무리 지으면서 있는 것 없는 것 모두 쥐어짜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내가 글을 쓰는 방식과 글을 왜 쓰게 되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책의 시작부터 저자인 벌린 클링켄보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리듬감에 집중하세요."라고 말한다. 나는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내가 쓰는 많은 글들—습작으로 쓰는 소설이든 일기이든 뭔가를 끄적이던 것이든 일과 관련된 보고서를 쓰든 이메일을 쓰든—을 쓸 때, 그 리듬감을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글은 언어다. 언어는 기본적으로 음성을 매개로 하며, 모든 음성에는 리듬이 있다.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나는 리듬감을 찾아가며, 내 호흡에 맞게 글을 써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리듬감에 집중하라는 말은 그 중요한 사실을 다시 한번 인식시켜준다. 글을 쓰다 보면 쉽게 잊게 되는 사실이다. 백지는 많은 것들을 잊게 만든다. 그 와중에 리듬감에 집중하는 일은 내가 전하고자 하는 것에 분명히 집중하도록 나를 인도한다. 그 이유는 리듬감을 찾다 보면, 내 목소리를 사용하여 말을 더듬게 되고, 말을 더듬다 보면, 음성이 들리고 그 순간 내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문장을 느끼기: 자신의 지각으로 세상을 알아차리기

글을 읽을 때 잊기 쉬운 것이 바로 내용에 빠져드는 것이다. 정보의 공백과 그 공백을 채우는데 익숙한 우리는 읽는 행위를 그저 정보 습득을 위한 행위로 치부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읽는 글들이 대부분 그러하다. 종이가 아닌 빛으로 만들어진 글자들은 빛이 사라지는 순간 완전히 사라져 버리는 것처럼, 그렇게 읽고 얻어들인 정보는 대부분 빠르게 사라져 버린다. 정보를 전달한 말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정보만 남는다. 누구도 다음이나 네이버 혹은 여타 다른 커뮤니티, SNS에 게시된 글을 읽으면서 그 단어의 음성과 리듬을 찾으려 한다거나, 이 문장이 얼마나 미묘하게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는지, 문장이 나에게로 어떻게 다가오는지 느끼려고 하지 않는다. 느끼려고 하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런 맥락은 글을 쓰는 것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글 쓰는 것의 목적이 정보 전달을 위한 것이 되어버렸다. 저자의 말대로 '자신의 지각을 무시받도록 훈련받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강조한다. '행동, 생각, 우연히 들은 말, 빛, 비슷한 구석, 감정, 전체, 부분, 일하면서, 책 읽으면서, 지하철 안에서 여러분의 지각 범위에서 찾은 어떤 것이든 좋습니다. 사소해도 상관없습니다.' 그렇게 나의 감각을 찾은 뒤 문장을 느껴야 한다. 읽을 때도, 쓸 때도.

짧게 쓰기: 주변의 침묵과 자신의 맥박에 귀기울이기

이 책의 제목이 '짧게 잘 쓰는 법' 혹은 원제로는 글쓰기에 대한 몇몇 단문들(Several short sentences about writing)인 것처럼, 저자는 짧은 문장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여러분은 다시 긴 문장을 쓰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것의 본질은 짧은 문장입니다. 주변의 침묵에 귀 기울이는 문장, 자신의 맥박에 귀기울이는 문장 말이지요." 글쓰기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상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글쓰기의 규칙으로 두괄식, 중괄식, 미괄식 등의 구조적인 글쓰기, '그리고'와 같은 접속사로 글을 시작하지 마라, 주제를 찾아라, 개념을 드러내라 등등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규칙들을 글쓰기를 방해하는 요소들이라고 말한다. 그런 규칙들에서 벗어나, 짧은 문장,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과정은 외부로 벗어나 겉도는 글쓰기의 방법들에서 다시 한번 나의 내면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만든다. 나는 왜 그렇게도 나 자신을 쉽게 잊어버리는 걸까? 끊임없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강요받고 영향을 받고 설득을 당하면서, 나라는 존재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종국에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잊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짧은 말, 아주 단출한 음성이 내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저자는 그것을 살펴보라고 계속해서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이와 함께, 저자의 문장들을 눈여겨봐야만 한다. 그의 문장과 말하는 방식은 다른 글들과 다르다. 그가 전하려고 하는 것이 명징하게 전해진다. 아주 선명한 도형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전혀 추상적이지 않다. 이 책을 읽는 과정 자체로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그 방법이 실용적인 테크닉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아주 큰 덩어리로 확실하고 묵직하게 와닿는다. 짧은 문장들이 얼마나 매력적일 수 있는지 직사광선 뒤에 맺힌 그림자처럼 진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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