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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호프의 『세 자매』(The Three Sisters)

by 한낮의꿈 2022.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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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안의 연극: 연극을 위한 연극

체호프의 장막극 『세 자매』의 전반에서 드러나고 있는 특징 중의 하나는 이 극이 연극을 위한 연극, 즉 배우가 정해진 배역을 관객 앞에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에서 실제로 행하게 되 는 하나의 연극을 자신의 연극 안에서 보여주려한다는 점이다. 특히 극중에서 솔료니가 이리나의 주변으로 갈때마다 향수를 뿌리는 행동은 이러한 연극 속 연극이라는 특징을 잘 보여준다.

솔료니 : ...... 그런데 그것 참 이상하네요. 왜 남작은 되고 나는 안되는 거죠? 
 (향수병을 꺼내 자신에게 뿌린다)

......

이리나 : 솔료니라는 사람은 도대체 담배를 왜 그렇게 피워대는 거지!

이 부분은 3막에서 이리나와 장차 그녀와 약혼하게되는 투젠바흐의 사이가 점차 가까워지는 대목 에서 이리나를 짝사랑하고 있는 솔료니와 이리나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의 일부이다. 여기서 살펴 보아야하는 것은 바로 솔료니가 향수를 뿌리는 행동이다. 인용된 대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솔료니 는 담배를 피우고는 그것을 의식하고는 자신이 짝사랑하는 여인에게 다가가면서 향수병을 꺼내 향수를 뿌리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행동은 이 극의 1막에서부터 나타난다.

솔료니: 지금으로부터 25년뒤라면......(주머니에서 향수병을 꺼내 가슴과 손에 뿌린다)

실제의 삶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연극성(theatricality)

그러니까 대화가 구성하고 있는 이야기가 하나의 극중 상황을 전개해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그의 행동은 우리가 실제의 삶속에서 경험하게되는 하나의 연극성(theatricality)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다시말해 연극성이란 솔료니가 이리나 앞에서 자신의 담배 냄새를 가리기 위해 향수를 뿌리는 것과 같이 실재의 것 혹은 사실 위에 가상 혹은 허위를 덮는 행위인 것이다.

한편 이러한 연극성에 대해 이 극의 작가인 체호프 자신도 그러한 연극성에 대한 비판을 은연중에 내비치고 있는 듯하다. 이 대목은 이 극의 마지막 장에서 이리나가 투젠바흐와 결혼하기로 한 후, 부대가 도시를 떠나는 대목에서 체부티킨과 솔료니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솔료니 : ...... (향수병을 꺼내 팔에 뿌린다) 오늘 향수 한통을 다 썼더니 냄새가 아직도 
나네요. 그런데 내 손에서 나는 향수냄새가 시체 냄새 같네요.

솔료니는 막판에 자신에게서 나는 향수냄새가 시체냄새 같다며 비아냥댄다. 그러니까 이 대목은 첫 등장에서부터 그가 계속 행해온 향수뿌리기가 결국엔 자신의 구애활동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그러한 연극성이 내재된 행위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이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연극성은 이 극에서 솔료니라는 인물 뿐만 아니라 여러 등장인물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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