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이가 가진 인식의 무지함(blindness)
입센의 작품 『인형의 집』에서 노라와 남편 사이에서오고 가는대화에서 살펴봐야 하는 것은 그 대화가 이끌어 가고 있는 스토리텔링 뿐만아니라 극 중인물들이 주고받는 각각의 말에서 드러나는 말하는 이가 가진 인식의 무지함(blindness)이다. 특히 노라의 남편인 헬머의 대사들에서 그의 말하기 방식과 말들은 그 자신을 철저하게 변호하고 있으며, 그러한 능숙한 자기 변호 때문에 무엇을 보지못하는지 그 한계점은 분명하게 짚어볼 수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 초점을 두는 곳은 그의 대사들이다.
첫번째로 살펴봐야 할것은 헬머의 대사에서 드러나있는 그 자신의 견고함 혹은 당당함에 대한 자신감이 내비쳐지는 부분들이다. 극이 시작되고 얼마지나지 않아 그는 자신의 아내를 낭비벽이 심하다며 경제관념이 부족하다는 점을 타박하며 빚지는 것이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이며 용납할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해 말한다.
“Nora, Nora! Just like a woman! Seriosly though, Nora, you know what I think about these things. No depts! Never borrow! There’s always something inhibited, something unpleasant, about a home huilt on credit and borrowed money…….”
이러한 그의 말은 그는 그 자신이 결코 수치스러운 짓은 하지 않으며 경제적으로 당당한지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제적 관념 뿐만아니라 도덕적으로 그가 얼마나 청렴하고 당당하지에 대해서도 헬머와 노라가 크록스타드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대목에서 그의 또 다른 대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Just think how a man with a thing like that on his conscience will always be having to lie and cheat and dissemble; he can never drop the mask, not even his own wife and chilren. And the children — that’s the most terrible part of it, Nora.”
그는 거짓말하고 사기치는 것 그리고 남을 속이는 일이 얼마나 자신을 더럽히는 일인지, 그러한 일은 결코 씻어낼 수 없는 과오라고 말하면서 결국 그러한 과오가 가족들에게까지 좋지 못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자신은 그와 반대로 남을 속이지 않으며 얼마나 깨끗하며 따라서 노라와 자신의 아이들에게 얼마나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인지를 넌지시 드러내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그의 언행들에서 볼 수 있듯이, 그의 대사들이 남에 대해 말하면서도 그 대부분이 그 자신을 변호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변호의 방식은 그 자신의 인식의 벽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헬머가 철저하게 자신의 벽에 둘러쌓여 바깥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은 극이 끝으로 다다르면서 그 실패의 지점이 어디인지 한층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내인 노라가 크록스타드에게서 돈을 빌린 것이 드러나고 그에 대해 언쟁을 벌이다가 내내 아내를 타박하다가 그는 아내를 용서하겠다고 한다.
자신을 순전 무결한 위치에서 지켜내는 또 다른 자기 변호
“The agonies you must have gone through! When the only way out seemed to be…… No, let’s forget the whole ghastly thing. We can rejoice and say : it’s all over! Listen to me, Nora! You don’t seem to understand : it’s all over! Why this grim look on your face? Oh, poor little Nora, of course I understand. You can't being yourself to believe I’ve forgiven you. But I have, Nora, I swear it. I forgive you everything. I know you did what you did because you loved me.”
그는 그의 아내가 얼마나 고통받았을지에 대해 이해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노라가 자신을 사랑했기 때문에이런 일이벌어지는 것이라고 두둔하며 “it’s all over!”라고말하며 모든 것을 덮고, 자신이 노라를 용서하겠다고맹세까지 한다.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그가 그의 대사에서 극단적으로 맹세하는 모습을 보이며 용서하겠다고 하는 것처럼 그의 인식의 벽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용서를 하는 그의 태도는 그의 당당함순전 무결한위치에서 아내의 잘못을 눈감아주는 일인 것이며, 그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고 그 어떤 잘못이 없으며, 자신을 순전무결한 위치에서 지켜내는 하나의또 다른 자기변호의태도인 셈인 것이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그가 가진 인식의 벽 바깥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한치의 양보도 할 수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며 그 한계를 명백하게 보이는 것이다. 결국 그의 인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즉 그 자신이 이해한다고 하는 것, 용서한다고 하는 것은 노라와의 관계에 있어서 끝까지 노라 보다 위에서 노라를 바라보는 자신의 위치를 고수하는 일인 것이다.
그 자신이 어떤 허구성(노라가 그를 위해 눈감아주는 행동들)
한편 헬머가이런 식으로 자신을 변호하는 방식을 아내인 노라는 이미 인지하고 있다는 점은 이 극에서 보여주는 흥미로운 부분인데, 이러한 노라의 인지/인식은 헬머가 그 자신이 어떤 허구성(노라가 그를 위해 눈감아주는 행동들) 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극의 1막에서 노라가 린데 부인사이의 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노라가린데 부인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으면서 린데 부인이 그런 것을어떻게 남편에게 털어놓지 않을 수있느냐고 묻는 대목에서 노라가 하는 말이다.
“Good heavens, how could you ever imagine such a thing! When he’s so strict about such matters! Besides, Torvald is a man with a good deal of pride— it would be terribly embarrassing and humiliating for him if he thought he owed anything to me. It would spoil everything between us;……”
이어서 노라는 이렇게 말한다.
“ ……because Torvald has to live in decent style…….”
이러한 부분들은 노라가 자신의 남편이 어떤 부분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는지 인지하고 있으며 그것에 대해 그가 믿는대로 믿게 혹은 보이는 대로보도록 눈감아 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이 둘 사이의 관계가 허구성에 기초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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